음원이 공개된 시각,
Back에 이어 다이아몬드를 듣고 조금 웃었다.
인피니트가 높은 음악성으로 지칭되려면 모든 멤버가 한두 소절의 파트를 소화하는 것 이상의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왔었다. 그런 점에서 인피니트는, 아이돌의 가창력 발전에 회의적인 내가 가능성에 무한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아이돌이고 실제로 메인보컬 뿐 아니라 서브보컬들도 작지만 뚜렷한 발전을 해왔지만, 그럼에도 최소 3~4년의 오랜 시간이 걸릴거라 생각해왔었다. 그것은 그 지점에 다다르기 전에 지쳐 다른 노선을 선택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긴 시간이기에, 신곡이 나올 때면 무엇보다 내가 우려한 그 선택을 하진 않았을까 긴장하며 듣곤 했다.
그랬는데.
신곡 두 개가 다 랩이 없고, 메인보컬과 서브보컬의 비중구분이 희미하다니.
얘네 아이돌 그룹인데 말이지.
"한 번 들어봐라!"
이중엽 사장과 인피니트 멤버들이 의기양양하게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다.
그들이 어떤 가수를 목표로 하는지, 현재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, 내 귀로 직접 확인하라고 들이미는 기분.
그래, 미안하다, 응? 내가 누굴 걱정하니, 진짜.
보컬부자? 글쎄, 이 단어만으로는 그 의미를 충분히 담지 못할 것 같다. 그건 필요조건이지, 충분조건은 아니다.
인셉션이 인피니트가 소화할 수 있는 색깔의 무한함을 증명했다면- 이번에는 그들의 매우 장기적인 그림을 일부 훔쳐 본 기분이다. 랩이 없는 구조는 그들이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할 것임을 선언하는 것 같았고, 현재 보컬실력을 무리해서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멤버 각각의 다른 소리를 겹겹이 겹쳐 풍성한 감성을 만들어내는 특유의 화음은 그들이 과연 어떤 음악까지 소화해낼지 기대하게 만들었다. 곡의 호불호는 갈릴지 모른다. 하지만 이 두 곡을 리패키지로 선택한 결정에서 보이는, 인피니트의 미래에 대한 그들의 고뇌와 도전까지 외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.
단 두 곡이다.
개수만 보면 조심스럽게, 어떤 면에서는 소심하게, 우리 이런 것도 해봤는데 어때? 하고 정식 앨범 뒤에 살짝 덧붙인 거 같은데, 곡(정확히는 다이아몬드)의 퀄리티를 보면 이걸로 충분하지! 하고 자신하는 것 같은 늬앙스다.
요즘 Can You Smile 처럼 처음 듣자마자 내 감성을 치는 새로운 발라드에 매우 목 말라 있었고, 역시 그런 곡은 다시 나오기 힘든 건가...라는 불경스러운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. 뮤뱅에서 들은 다이아몬드는 '이게 대체 무슨 노래인가' 싶은 것이 고개를 갸웃하게 했는데. 뒤에 이런 무기를 숨기고 있었다니요. 뮤뱅에선 왜 그렇게 곡을 편집한건데요. 하고 담당자 멱살을 짤짤짤 흔들고 싶어졌다. 이런 노래를 팬들만 듣게 하다니.
그러한 이유로 난 다이아몬드에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은채 게임을 하면서 음원을 재생했고, 뒤로 갈수록 게임을 멈춘 채 소리에 집중했고, 곡이 끝난 후에 나도 모르게 웃었다.
무대로 말했던 언젠가처럼, 노래로 말하고 있었다.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. 기쁜 마음으로 그 뒤를 따라가는 일만 남은 것 같다.
이미지 출처: 무리수 http://murisu.co.kr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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